얼마 전, 9시뉴스에서는 선후배 기강을 확립한다는 저능아적 발상으로 대학 동아리에서 행해지고 있는 정당화된 학원폭력을 몰래카메라 형식으로 취재한 기사가 방영되고 있었다.

  당연히 별다른 이유 없이 - 선배가 이야기하는데 담배를 입에 물고 대답했다던가, 뭐 대충 그런 거였던 것 같다 - 신입생들은 동아리방 내에서의 갖은 욕설과 줄빠따에 이어 운동장에서의 원상폭격 + 족(足)질 콤보 등 선배님들께서 친히 준비해주신 다양한 얼차려세트메뉴들을 맛보고 있었고, 대학 운동장이라는 열린 공간에서 행해지던 그 공개적인 폭력행사에 딴죽을 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군사정권을 향해 화염병을 투척하던 선배님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조국의 참된 민주화와 노동해방을 위해서 온몸을 불사르리라던 아름다운 청년들도 자기네 앞마당에서 벌어지는 극악의 군사 문화적 행태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작은 돌멩이 하나 집어들지 않았다. 노출이 심한 교내 연극동아리의 포스터가 붙었을 때나 수배자를 검거하기 위해 교문 안으로 경찰이 투입될 때면 신성한 캠퍼스 운운하며 지랄발광을 하던 캠퍼스의 수호자들도 어찌된 일인지 보이지 않았다. 이래가지고서야, 이놈의 캠퍼스가 신성한 캠퍼스인지 실성한 캠퍼스인지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누가 노래했던가. “대학, 본 얼굴은 가린 채 근엄한 척!” 정신은 썩고 권위만 남은 잘난 상아탑. 자본주의를 조롱하는 총명한 청년 서태지가 그곳에 가지 않은 이유를 이제 조금은 알 것도 같다.


군기가 빠졌구만…


  도대체 왜?! 군대는 근처에도 안 가본 준태(내 이름)가 저 문장에 익숙해져 있어야 하는 것일까. 도대체 언제까지 준태는 수많은 선배와 교사들의 황당한 군기타령에 어리둥절해 해야만 하는 것일까. 군대가 아닌 곳에서, 왜 준태는 군기가 들어 있어야 하는 것일까. 그들은 제대한 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나야 드디어 자신이 군대가 아닌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을까. 아마 그런 날은 오지 않겠지. 한국이라는 사회 자체가 거대한 군대이니까. 그들은 자각할 수도, 자각할 필요도 없는 거겠지.


◀ 이런 폭력들이, 학교에서의 일상적인 풍경이란 거지.


  사실, 선배가 후배를 구타하는 일 따위는 뉴스거리도 되지 못하는 것이 오늘날 이 나라의 현실이다. 오히려 언론이 선배의 구타를 신고했다는 후배를 싸가지 없는 새끼로 몰아가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곳이 바로 한국 사회인 것이다. 저항의 록 스피릿을 운운하던 준태네 학교 그룹사운드 동아리는 콘크리트에 머리를 박으라는 술 먹은 선배의 어명에는 결코 저항하는 일이 없었고, 군 시절 김건모가 오밤중에 자는 후배를 깨워 노래를 시켰다는 일이나 지금은 둘도 없는 젠틀맨처럼 행세하는 신동엽이나 안재욱 같은 인간들이 대학시절 동아리 후배들에게 각목으로 갖은 공갈 협박을 일삼았던 일들이 TV 토크쇼에서 재미있는 추억거리로 회자되고 있으며 뺑소니 범죄를 저지르고도 별다른 단죄 없이 방송에 복귀한 인간성 좋은 김흥국은 싸가지가 없다며 한국축구 응원단 붉은 악마의 단장을 구타하고도 버젓이 얼굴을 들고 브라운관을 누비고 있다. 아마도 정확히 말하자면 붉은 악마의 응원단장이 맞은 이유는 나이가 어렸기 때문일 테고, 김흥국이 인간성 좋다는 말은 기존의 방송·연예계 권력자 어르신들의 비위를 잘 맞춘다는 것일 테다.


그들의 신세대는 없다


  신. 세. 대. 기성세대와는 다른 개인주의적 사고방식의 소유자들로 권위와 억압을 혐오하는 자유주의자들이라던 그들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지나친 이기주의가 조직을 붕괴위험으로 몰고 갈지도 모르고 과도한 방종으로 인해 기성세대에 대한 존경심조차 사라질지 모른다며 어르신들을 노심초사하게 만들던 그 신세대들은 과연 어디로 갔는가. 준태가 본 TV 뉴스에서 이젠 군대에서조차 사라졌다는 - 설마 진짜 그럴 리는 없겠죠, 국군장병아저씨? - 구타를 몸소 행하고 계셨던 멋진 밴드부 선배님들은 꽉 막힌 구세대일까? 더러운 기성세대일까? 주민등록증을 까보면 당장에 알 수 있는 일이겠지만, 그들은 신세대다. (아니, 나이만으로 본다면 포스트 신세대가 더 적당할 테다.) 후배를 엎어놓고 욕하고 때리고 발길질하고 쓰러지면 밟아대던 그들이 바로 권위와 억압을 혐오한다던 그 신. 세. 대. 분들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란 원래 그런 거야…’하는 어른스러운 사고방식으로 현재의 불합리를 강인한 정신력과 인내심으로 견디어 내던 뉴스 속의 신입생들은 과연 신세대일까? 천만에 말씀 만만에 콩떡일 테다. 그들이 현재의 권위에 복종하는 이유는 몇 년 후 자신이 그들의 위치에 섰을 때 그들과 똑같은 권위를 인정받기 위해서 일 뿐. 그러므로, 머지않은 훗날 우리는 분명 똑같은 장소 똑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광경을 어렵지 않게 목도할 수 있을 것이다.


  신세대, X세대, Y세대, N세대…
  몇 년을 주기로 이름만 바뀌어 온 그 명칭들은 그저 기성세대의 “싸가지 없는 요즘 것들”에 대한 통칭일 뿐이다. 돈에 미친 장사꾼들의 싸구려 상술일 뿐이다. 그 밖에 아무 것도 없다. 신. 세. 대. 이기주의와 권위주의의 유산을 그대로 이어받은 나이 어린 기성세대여… 그들에게 희망 따위가 있을 리 없다. 누가 말했던가, 아- 끝없이 반복되는 역사의 수레바퀴여!



[준태]
Posted by 오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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