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희에 처음 글을 투고하는 알렉시스입니다. 오늘 다음 아고라에 제가 글을 올렸는데요, 다음과 같은 글입니다.:


  조지 오웰은 우리에게 <1984>와 <동물농장>으로 잘 알려진 소설가입니다. 그런 그의 전작 중 <Coming Up for Air>(숨쉬러 올라오기)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1984나 동물농장에 비하면 썩 잘 쓴 작품이 아니지만, 이것저것 생각해 볼만한 거리들이 제법 등장하는 소설입니다. 배경은 제 2차 세계 대전이 시작될 무렵의 영국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 중에 포셔스(Old Porteous)가 있습니다. 그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고대 그리스 로마 역사를 전공한 노장 학자입니다. 그의 집에는 책만이 잔뜩 놓여 있을 뿐, 신문이나 라디오 등 조금이라도 “현대적인” 물건들은 전혀 놓여 있지 않습니다.

  이제 그에게 질문을 하나 해 봅시다.

“포셔스 씨, 히틀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히틀러는 제 2차 세계 대전의 원흉이죠. 그런데 그의 대답이 걸작입니다.

“허허, 난 그런 사람은 생각하지 않는다네!”

“하지만, 이번 전쟁은 옛날의 전쟁과는 성격이 다르잖습니까?”

“태양 아래 ‘다른’ 것은 없네. 히틀러나 스탈린 모두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이들일 뿐이야.”

  그는 이제 고대 그리스 로마 시절의, 히틀러나 스탈린과 비슷한 아무개 왕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 왕은 히틀러나 스탈린과 제법 똑같군요.

  이제 그가 시를 한 수 읊습니다. 그런데 옛날에 그를 만나 들었던 시와 똑같은 시에, 똑같은 악센트에, 똑같은 곳에서 목소리가 격앙되고, 똑같은 곳에서 숨을 고릅니다. 예전과 한 치도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의 주인공 조지 볼링 씨는 이렇게 결론짓습니다.

  HE'S DEAD.(그는 죽었다.)

  그는 교육도 잘 받았고, 한때 교장까지 역임했을 정도로 사회적 지위도 누렸지만, 그는 이제 더 이상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거죠.


  ‘보수’ 혹은 ‘보수주의(Conservati sm)’란 과거의 생각이나 방식을 바꾸지 않으려는 태도나 주의를 일컫는 말입니다. 이것은 진보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합리적인 보수는 진보가 지나친 급진주의로 흐르는 것을 적절히 견제하는 완충재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금 이명박 정부는 과연 합리적 보수일까요? 70년대식 토건 개발을 그것도 밀어붙이기 식으로 일관하고, 이에 대항하는 21세기의 국민들에게 70~80년대식의 공안 정국 분위기를 조성하며 협박하려 합니다. 포셔스 씨는 시대를 초월하는 보수였지만 그의 생각은 죽어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보다 차라리 낫군요. 그는 시대를 초월하지도, 생각이 살아 있지도 못하니까요.

  이것은 단순히 이명박 대통령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습니다. 두발, 복장 규제 등 생활 지도라는 이름 아래 병영식의 통제가 자행되는 중고등학교에서부터 대학교 내 교수-학생 간 상하 위계적 관계, 직장 상사-부하 간 불평등한 관계까지 보수의 해악은 너무도 큽니다. 프랑스의 68혁명은 정치적 혁명을 일으키지는 못했지만, 사회적 혁명에는 큰 역할을 해 냈습니다. 일상에서 권위주의의 잔재를 타도한 것이죠. 한국의 촛불집회도 일상에서 보수적 권위주의를 타도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기를 바랍니다. 기성세대 여러분이 YOU'RE DEAD 소릴 들으면 기분이 좋을지 한번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어딘가에서 비슷한 소리를 듣게 된다면 “내가 이제 변화를 받아들일 때가 된 거구나”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지금까지 YOU'RE DEAD(혹은 그것과 비슷한 DOWN WITH THE 2MB BASTARD 등등의) 소리를 넌덜머리나게 들어 왔을 2MB가 특히 이렇게 생각해야 되겠지만, 현재까지 그가 늘어놓은 거짓 사과들로 미루어 보아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다. 그래도 우리의 촛불집회가 지금까지 이루어 놓은 것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가령 대운하 밀어붙이기를 저지하는 식으로요.(하지만 쇠고기 재협상은 아직까지 안 받아들여지고 있군요.) 촛불을 아직 끌 때가 아닙니다.(이 시구를 따라하는 건 저작권법 위반일까요? XD) 부디 우리 한국인이 귀신을 대통령으로 뽑는 머저리 국민이 되지 않기를 촛불 앞에 간절히 빌어 봅시다. “모든 정부는 본질적으로 독재이다.”라는 애머슨(미국의 아나키스트)의 말대로라면 그는 쇠고기 협상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머저리나 독재자 딱지를 뗄 순 없겠습니다만, 그래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Outro
  얼마 전 학교에서 복장 때문에 혼이 났습니다. 제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교실에서 더우면 교복을 벗고 티셔츠 한 장만 입어도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입고 등하교하는 것은 교칙 위반이랍니다. 그럼 그런 교칙은 왜 있느냐? 학생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하게 하기 위해 있다는군요. 요즘과 같은 자유의 시대에 품위도 이런 품위가 웬 말입니까? 병영식 품위인가 보군요.

  어쨌든 결론은, 우리가 때려잡아야 할 대상은 쥐박이만이 아니라는 겁니다. 학생도 단결하여 우리가 일방적인 지도의 대상만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도 어엿한 하나의 사회적 세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받아야 합니다. 68혁명으로 프랑스에서 권위주의가 무너지고 많은 사회적 변화가 있었듯, 한국에서도 촛불시위를 거치면서 많은 것이 변하리라고 믿습니다. 저도 오승희를 촛불시위 현장에서 알게 되었으니까요.



[Aleksis]
Posted by 오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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