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진이 쓰는 오승희 간판코너(누구 맘대로?!) 이번 주제는 ‘연애’입니다. 연애, 참 할 말이 많은 주제입니다만, 분량 관계상 조금밖에 못 다뤘습니다. 투덜투덜.]


연애 권하는 사회, 압박하는 사회

주제가 무려 ‘연애’입니다. 참 쉬운 듯 어려운 주제네요.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정한 건 아니고, 10호 내고 편집회의 할 때가 5월이요 봄이요 마음은 설레고 6월이면 퀴어퍼레이드도 있고, 그래서 ‘연애’로 해보자고 누가 제안한 게 덥썩 편집회의에서 통과돼버렸습니다. 원래대로라면 7월쯤 나왔어야 할 11호가 편집진 사정과 자금난 등으로 늦어지면서 가을이 다 되어서야 나왔으니, ‘연애’라기보단 ‘이별’을 다뤄야 하나 싶은….

 

청소년들의 연애에 대해서는 모순되는 듯이 보이는 두 가지 태도가 존재합니다. 하나는 이른바 ‘연애 권하는 사회’. 매스미디어와 책들을 통해 연애에 대해서 온갖 가이드와 판타지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꼬시는 방법’을 메뉴얼화해서 제시한 “작업” 같은 건 그 한 극단이겠죠. 이러한 연애 권하는 사회는 뭐 10대건 20대건 다 해당하는 이야기고, 솔로레타리아트 계급의 분노를 부채질하는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여기엔 다분히 상업주의적인 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연애는 웬만하면 다 소비와 연결되고 맙니다. 밥을 먹든 차를 마시든 술을 마시든 영화를 보든 선물을 주든 이벤트를 하든 모텔을 가든 ― 데이트코스가 어떻고 며칠마다 이벤트를 해줘야 하고, 그저 그렇게 퍼져있는 ‘연애의 공식’들은 소비를 조장하고 있습니다.

소비가 뭐가 문제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연애가 이런 ‘돈 많이 드는 것’인 이상 우리는 계속 이런 노래를 들어야 할 것입니다.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이 뭔지를 모르겠는가.” 하물며 청소년들은 어떨까요. 집이 조낸 상류층 F4거나 용돈을 펑펑 주는 집안이거나 특출난 재능이 있어서 벤처사업을 차린 게 아닌 다음에야 ‘돈 많이 드는 연애’가 그리 좋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내 생활을 쥐어짜서 상업 자본에 갖다 바치는 느낌입니다.

다른 하나의 태도는 바로 청소년들 주제에 뭔 연애냐, 하며 청소년들의 연애에 온갖 압박을 가하는 것입니다. 덜컥 임신이라도 해버리면 어쩌나 그럼 TV에서나 보던 ‘10대 미혼모’ 되는 거 아냐 하는 이유에서든지 아청소년들에게 “저는 공부와 결혼했습니다.” 또는 “저는 SKY대와 약혼했습니다.”라는 의식을 주입하고 한눈팔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든지 아니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어디서 연애질이야” 하는 식의 쩌는 편견 때문이든지, 아니면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어떤 이유에서든지. 그런 압박을 가하는 주체는 학교, 교사, 부모나 보호자, 가족, TV, 신문, 책 등 미디어, 교과서 등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연애나 사랑에도 종류가 있고 상하관계가 있고 차별이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연애는 그래도 좀 허용받는가 하면 어떤 연애는 완전히 무시당하거나 다굴을 당하게 됩니다. 청소년들의 연애가 압박을 당하는 데도 차별이 있습니다. 그 기준은 동성애냐 이성애냐일 수도 있고, 성적, 경제력, 나이, 장애 등일 수도 있습니다.

 

여하간에, 거리를 나가봐도 귀에 들리는 건 사랑 노래고, TV를 틀어봐도 드라마를 장식하고 있는 건 온통 사랑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에서 청소년의 사랑의 자유가 있을까요? 그 자유가 상업성으로부터의 자유이든, 학교나 가정이나 사회적 압박으로부터의 자유이든, 또는 스스로 자유롭고 평등한 사랑을 만들어갈 수 있는 자유이든…. 청소년들을 통제하려고만 하는 사회에서 청소년들의 사랑은 그 자체로 ‘오답’입니다. 통제당해서 잘못된 사랑이 되든, 통제를 거부한 사랑이 되든.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라는 광고 카피는, 사실 아주 심오한 오답적인 고민거리를 담고 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7월쯤 나왔어야 할 11호가 편집진 사정과 자금난 등으로 이래저래 늦어지면서 어느새 가을이 다 되어서야 나오게 되어서 생각보다 투고받은 글이 많았던 탓에, <커져버린 스토리>에서는 분량관계상 ‘연애 권하는 사회’를 다루지는 못했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닿으면 다룰 수 있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오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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