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은 사는 이야기들, 에세이, 시, 메모, 단상, 그런 것들을 싣는 코너입니다. 말 그대로 “사노라면” 생긴 일들과 생각, 느낌들로 채워주세요. 센치한 것, 발랄한 것, 담담한 것, 유머, 모두 환영합니다.]


평온한 저녁을 위하여-

(박노해 시 개작)


나면서부터인가

학생이 된 후부터인가

내 영혼은 불안하다

 

새벽잠을 깨면

또다시 시작될 하루의 일과

거대한 세계의 매정한 회전

선생놈(ㅋㅋ)의 차가운 낮짝이

어둠처럼 덮쳐 오고

아마도 내가 자살한다면

새벽일 거야.

 

학원 끝난 늦은 귀가길

산다는 것, 학생으로 산다는 것의

깊은 불안이 또다시 나를 감싼다.

 

화창한 일요일

가족들과 오붓한 저녁상의 웃음 속에서도

꿈 없는 내일에

짙은 불안이 엄습해 온다.

 

이 세상에 태어나

죄진 적도 없고

노예살이 머슴살이 하는것도 아닌데

풍요로운 웃음이 하늘에 닿는

특목고와 명문대의 대한민국 땅에서

떳떳하게 공부하며 살아가는데

왜이리 종놈처럼 불안한 세상살이인가

 

믿을거라곤 이 살덩어리 하나

진정한 친구와 잘 찍는 수성 사인펜

기만원짜리 정석 한 권뿐인데

괴롭기만 한 긴 일과

쪼개고 한자고 안 놀아도

오르는 점수하나 없이 물거품처럼

이러다간 언제 쓰러질지 몰라

 

상쾌한 아침을 맞아

즐겁게 땀 흘려 학습하고

뉘엿한 석양녘

친구들과 웃음 터뜨리며 교문을 나서

조촐한 밥상을 마주하는

평온한 저녁을 가질 수는 없는가

 

떳떳하게 공부하며

평온한 저녁을 갖고싶은 우리의 꿈을

그 누가 짓밟는가

그 무엇이 우리를 불안케 하는가

불안 속에 살아온 지난 십수년을

이제는

평온한 저녁을 위하여

평온한 미래를 위하여

결코 평온할 수 없는

청소년의 대도를 따라

불안의 한가운데로 휘저의며

당당하게 당당하게

나아가리라

 

 

 

 

-> 70년대 노동자의 삶의 애환을 담은 이 시가 21세기 한국 청소년들의 삶의 애환을 담은 시가 되었네요.

어찌 이럴 수 있을까요!!

죽어간 청소년들에게 이 개작시를 바칩니다.

 

[ 야우리시민 ]



Posted by 오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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