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불안정노동철폐연대]의 『질라라비』에 청소년인권활동가 따이루가 정기적으로 연재하는 글 중 두 번째 글(2009년 2월 제71호)을, 글쓴이의 허락을 구해 싣는 것입니다. ^^ 앞부분의 "두 번째 글" 어쩌구는 그런 성격의 글이라서 나오는 이야기이니 신경쓰지 마시길;; (편집진)



어느덧 시간이 흘러서 두 번째 글을 쓸 시간이 됐네염.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따이루는 글재주가 뛰어난 사람이 아닌지라 글을 쓸 때마다 항상 고민이 된답니다. 어떤 주제로 글을 어찌 써야 할까... 크.... 이번에도 막 고민을 했는데 따이루가 요즘 일제고사 때문에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청소년농성을 같이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교육을 가지고 글을 쓰면 할 이야기가 많을 거 같아서 주제를 ‘교육'을 가지고 글을 쓰기로 했어염!

사실 ‘교육’이라는 주제 가지고 글을 쓰면 지금까지 써진 글도 많아서 그 이야기가 그 이야기 같은 뭔가 비슷하고 식상한 느낌이 있는 게 사실이잖아요. 지금 쓰고 있는 이 글도 노력은 하겠지만 신선할 거라고 장담은 못하구요. ㅋㅋ 하지만 ‘교육’이 사회와 개인에 미치는 엄청난 영향력을 생각해보면 너무너무 중요한 이야기인지라 뻔할 수도 있지만 이야기해야 뭔가 다른 이야기들도 쉽게 할 수 있을 거 같아염. 거기다 청소년인권을 고민하는 사람으로서 지금까지 안고 오던 고민들도 있고 요즘 교육문제를 가지고 농성을 하다 보니깐 교육에 대한 다양한 고민과 생각들이 마구마구 들어서 한번쯤 글을 쓰고 싶었어요. 하지만 글을 쓰자니 이거 만만치 않네요 ㅋㅋㅋ

 

뜬금없는 이야기 하나로 본격적으로 글을 시작해 볼까요? 왜 갑자기 뜬금없는 이야기로 시작하냐면요...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난감해서 그래요;; ㅋㅋ

‘학교 가기 싫다고 밍기적밍기적거리는 소년이 한 명 있었어요. 평소에는 촛불집회 간다, 기자회견 간다 하면서 학교땡땡이를 밥 먹듯이 하더니 이제는 아예 학교가 싫다고 늦잠 자면서 버티면서 학교를 안 갔어요.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은 결국 출석일수 부족으로 졸업을 하지 못하고 유급을 당하고 말았어요.’ 크... 너무 슬프지 않나요ㅠㅠ 그래요 이 이야기에서 나오는 밍기적밍기적거리다가 유급당하는 소년이 바로 따이루랍니다. 따이루가 이번에 학교 졸업을 해야 하는 학년인데 졸업을 못하고 유급당하고 말았어요. 주변 선생들은 모두 따이루가 게을러서 그렇다면서 쯧쯧 혀를 차는데 이거에 대해서 본인은 할 말이 많아요.

따이루가 출석일수가 부족할 만큼 학교를 안 간 건 물론 따이루가 시간약속을 잘 안 지키는 안 좋은 습관도 꽤 큰 영향을 줬지만! 그 습관이 고쳐지지 않도록 가로막고 있는 그 무엇이 있단 말이죠! 생각을 해보자구요. 대한민국처럼 학벌에 미쳐 돌아가는 학벌사회에서 초졸로 살아가는 게 얼마나 힘든지 따이루는 알고 있어요(다행힌지 아닌지 아직 절실히 느껴보지는 못했지만) 근데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우울한 내일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도 따이루의 약속시간 안 지키는 습관을 더욱 악화시키고 등교를 가로막은 원인이 있었다는 거지요!

 

원인이야 말하자면 매우 많지만 본인이 생각하는 등교를 가로막는 핵심적인 원인은 ‘막장교육’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솔직히 까놓고 말하면 지금 학교에서 하는 교육이라는 게 받고 싶지도, 듣고 싶지도 않은 교육 같지도 않은 교육이라는 말이지요. 요즘 막장드라마, 막장연기를 능가하는 대책 없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막장교육이랄까요? 남 탓이긴 한데 이유 없는 밀어붙이기 식의 남 탓이 아니에요. 생각해봐요, 관심도 없는 국어/수학 같은 이상한 과목들만 하루 종일 지루하게 나불나불거리고, 쉬고 싶을 때 쉬지도 못하고, 놀고 싶을 때 놀지도 못하고, 시험 때만 되면 애들끼리 서로 감시하고, 선생이라는 사람들은 공부공부거리면서 잔소리만 나불거리고, 쉬는 시간은 고작 10분이고 이것도 제대로 못 쉬게 잡일이나 시키고, 등교시간은 직장이 삐까치거나 직장인보다 빠르고... 이건 아무리 봐줄려고 해도 봐줄 수 없지 않나요-_- 거! 기! 다! 평소에도 안습인 학교가 시험기간만 되면 더더욱 캐안습! 그나마 평소에는 잔소리에 굴하지 않고 말뚝박기 하고 소리지르면서 학교를 점령하던 애들이 시험 볼 때쯤 되면 책상에만 달라붙어 앉아 좀비처럼 변해있고, 교사들은 ‘공부공부.’ ‘성적성적...’ 하면서 평소보다 잔소리를 몇 배로 쏟아내고, 거기다 시험 끝난 후에는 등수대로 앉히고, 점수 낮으면 틀린 개수대로 때리면서 등수/점수에 따라서 우수한 애들과 띨띨한 애들로 나눠지는/나눈단 말이지요. 못할 수도 있는 거고, 잘 할 수도 있는 건데 이런 당연한 차이를 이유로 무시하고, 무시당하고, 소외시키고, 소외당하는 매우 우울한 분위기가 만들어져요. 학교가 교육을 위한 공간인데 교육이 이따구인데 학교 갈 맛이 나겠어요? 따이루의 유급은 이딴 교육과 학교현실에서 쫌 즐겁게! 제대로! 인생을 살고픈 몸부림이었다구!

근데 참 독한 거 같아여. 일년에 시험 때문에 몇 백 명의 학생들이 자살을 할 정도로 학생들이 무지무지 싫어하고 증오하는 캐우울한 시험을 왜 이리 많이 보는 걸까여? 학생들이 너무너무 좋아해서 보는 건 절대절대 아닌데 말이지요. 그래서 개이버에 쫌 검색을 해봤더니 교육과학기술부님들과 교육청님들이 외치는 공통 멘트가 있떠군. "교육적 효과가 기대된다" 교육적 효과? 교육적 효과라는 게 상당히 다양한 개념들을 묶는 애매한 표현인 거 같은데. 시험이 주는 교육적 효과라는 건 도대체 무엇이길래 사람들을 죽어나도록 하는 건지 따이루는 골똘히 고민 해 봤다구. 근데 현재 시험제도가 주는 교육적 효과라는 게 ‘경쟁’을 통해서 모두들 입시공부를 할 수밖에 없도록 채찍질하는 효과밖에 없는 거 같아. 경쟁의 채찍질을 교육관료님들이 교육적 효과라는 건지. 잠 못 자고, 못 놀고, 목표도 이유도 제대로 없이 공부만 죽어라 하는 폐인의 삶을 만들어내는 효과인 건지. 원래 시험을 보는 이유가 자기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측정해보는 거가 이유라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측정한 다음에 점수/등수 같은 결과를 가지고 줄 세우고 비교하면서 내가 앞서야 한다는 경쟁심리를 부추기기 위한 게 주 이유인 거 같다는 거지요. 생각하다 보니 쫌 블랙코미디 같은 게, 시험이 교육의 전부라는 생각이 들어요. 학교에서 수업을 하는 이유는? 시험에서 높은 성적 받으려고. 공부를 하는 이유는? 시험에서 높은 성적 받아서 좋은 학교/직장 갈려고. 정말 ‘모든 대한민국의 교육은 시험으로 통한다’고 표현해야 할 거 같지 않아요? 거의 대한민국 교육제도에서 시험을 빼면 아무것도 안 남는 수준인 거 같아요.

 

이런 식으로 시험에 의한, 시험을 위한, 시험의 교육이 되면 참 피곤해진단 말이지. 시험 보고 시험결과 점수 가지고 등수 매기고 차별하고, 무시하고 이러면 당연히 경쟁이 생길 수밖에 없잖아요? 근데 이 경쟁이라는 게 그냥 경쟁도 아니고 살기 위해서는 0.1%의 특권층을 제외하고 무조건 달려야 하는 생존경쟁이라는 거지요. 좋은 고등학교 가야 좋은 대학교 가고 좋은 대학 들어가야 좋은 직장 구하는 이어달리기랄까나. 처음 시작할 때 잘 시작해야 1등할 수 있는 이어달리기 식의 경쟁이에요. 차라리 이어달리기 할 때는 모두 똑같은 위치에서 출발하기라도 하지 대한민국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돈지랄해서 성적 높일 수 있는 사람이 이미 정해져 있으니... 이거 참. 그럼 잘 살지는 못하더라도 어떻게든 살아보려 해도 직장이 있어야 하는데 정규직은 당연히 명문대 엘리트가 접수하고 나머지 비정규직도 4년제 대학 안 나왔음 대책 없는 상황이라, 살려면 다른 사람보다 높은 점수/등수를 얻기 위해 발버둥 쳐서 4년제 대학은 필수로 들어가야만 하는 참 안습적인 상황에 막장무한경쟁에 참여할 수밖에 없겠지요. 근데 더 우울한 건 현재의 안습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명박이 은 일제고사/3불폐지/엘리트고교300프로젝트 같이 경쟁+경쟁으로 지금보다 더 강한 무한경쟁으로 학생과 학교의 실력을 키우겠다고 거침없이 질주하는 상황이라는 거지요. 그 거침없는 질주 덕에 학생들을 야자에 0교시에 학원에 과외에 쉬지도 못하고 죽어나고 있구요. 근데 명박이는 모르나봐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가 '한국의 매우 경쟁적인 교육시스템이 학생들의 발달권을 침해하고 있다'면서 고치라고 2003년 때부터 말했다는 사실을 말이지요. 명박이 은 경쟁이 부족하다고 부르짖는데... 명박이가 원하는 경쟁수준은 도대체 얼마나 되는 건지 상상이 안 되네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궁금증!! ‘왜 이런 걸 교육이라고 하는 걸까?’ 궁금하지 않나요? 저는 매우 궁금해요. 아무리 양심이 없더라도 한 해에 몇 백 명의 사람들이 막장교육 때문에 죽어나는 상황인데 왜 이런 교육 정책을 바꾸지는 않고 오히려 더 강화시키면서 더더욱 막장의 길로 거침없이 달려 갈려고 몸부림 치는 걸까요? 보수언론에서 좌파정권이라고 까던 김대중/노무현 때도 경쟁이 줄기는커녕 경쟁을 늘렸잖아요. 난 이 막장경쟁교육 뒤에 숨겨진 음모가 있다고 생각해요.

따이루가 생각한 음모는, 지금의 교육이 죽어나는 사람들보다 더 사회적으로 힘있는 누군가들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추진되는 거라는 거죠. 쉽게 말해서 사회에서 권력/빽/돈 좀 있는 기득권층님들의 이익을 위해 나머지 찌그러기님들이 죽어나고 있다 이거지요. 전반적인 이 사회 시스템이 노동자/서민/여성/청소년/장애인 같은 사회적으로 차별받고, 억압받는 그런 약자들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돈 좀 있고, 힘 좀 있는 저분들을 위해서 있는 게 대한민국 사회인데 이 사회의 모습이 들통나지 않도록 파헤쳐 볼 여유를 주지 않는 거죠. 경쟁교육이라는 쳇바퀴에서 앞만 보고 미친 듯이 뛰느라 힘들지만 자신을 뛰게 만드는 쳇바퀴를 보지 못하고 쳇바퀴가 도는 대로 따라 뛰도록 만든 거죠. 초등학교6년/중학교3년/고등학교3년 총12년 동안 말이지요. 그렇게 12년 동안 익숙해진 쳇바퀴는 이제 자연스러운 생활이 되고 무감각해지면서 발견하지 못하게 되고, 발견했다 치더라도 그냥 이렇게 살도록 만드는 거지. 이게 바로 명박이가 이 막장교육의 끈을 못 놓고 더 강하게 잡아당기는 이유 아니겠어? 명박이처럼 대놓고 부자정책을 펼치는 상황에서 이 사람들이 떼쓰지 못하도록 원천봉쇄 하는 거지요. 그래서 경쟁을 더더욱 강화시키고, 늘리는 거지요.

 

우리가 언제까지 이딴 막장교육에 미쳐 살아갈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언제까지 명박이의 능멸에 놀아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근데 아까도 말했지만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시키기 위해 이 사회의 주인으로 올라가 있는 기득권층님들이 쉽게 바꾸지는 않을 거예요. 사실 교육을 바꾸겠다는 건 자폭하겠다는 뜻이니깐요. 그분들이 바꿔줄 일은 거의 전무하고 비기득권 층들이 바꿔내야지요. 교육의 주체라고 불리는 학생/교사/학부모가 제대로 된 교육, 막장 아닌 교육을 외치면서 바꿔내야 하겠지요. 파업도 하고, 항의방문도 하고, 시위도 하고 하면서 말이지요. 근데! 위에서도 말했지만 교육이라는 것은 사회에도 엄청난 영향을 준단 말이지요. 즉 이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서민/노동자 모두가 교육문제의 당사자라는 거죠. 근데 따이루는 가장 규모 있는 노동운동단체인 민주노총에서 지금까지 교육문제 가지고 총파업을 결의하는 걸 본 적이 없어요. 그만큼 노동과 교육을 분리시키고 자신들의 절박한 문제로 여기지 않고 있다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혁명을 일으키고, 노동자의 권리가 지켜지는 사회를 만들더라도 교육이 이따구라면 그 혁명은 오래 갈 수 없고, 경쟁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사회 속에서 노동자의 권리는 절대 지켜질 수 없다고 생각해요. 사실 교사도 학부모들도 대부분 노동자인 건데 교사와 학부모를 중심축으로 하든 어찌하든 이 사회에 살아가는 모든 사람, 모든 노동자들이 교육을 바꾸는 데 나서길 바래요. 쉽게 말해서 민주노총이 교육개혁을 외치면서 총파업을 하라는 거지요.

 

물론 노동자들의 저항만큼 어쩌면 그 이상으로 절박하고, 중요한 저항이 그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이라고 생각해요. 짱돌과 화염병을 들고 나오든 피켓을 들고 나오든 뭘 하든지 구석에 짱박혀 '피할 수 없음 즐겨라', 이러면서 공부나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가 원하는 공부/교육/학교를 만들기 위해 피하지 말고 싸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인생을 담보로 싸우는 거라 쉽지 않은 싸움일 거라 생각해요. 그렇지만 그렇게 이유도 목표도 없이 시키는 대로 노예처럼 공부만 하다가 직장에 들어가도 스스로의 삶은 절대 행복하지 않을 거라 생각해. 나중에 프랑스처럼 노동자와 학생들이 함께 파업투쟁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싶군요.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청소년들의 등교거부/체험학습에 맞춰서 노동자들도 항의하는 액션 ㄱㄱ싱? ㅋㅋ 따이루가 아침 일찍 일어나서 설레이는 마음으로 등교할 수 있는, 막장스럽지 않은 학교/교육을 기대하면서 이번 글은 이렇게 허접하게 끝!

[ 따이루 ]

Posted by 오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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