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해도 너무하다. 지방의회니 국회니 하는 데서 예산 갖고 놀고 있는 걸 보면 그들은 참으로 우리에게 ‘모욕감’을 준다. 작년엔 경기도에선 무상급식예산을 통으로 삭감시켜버리더니 국회에서는 결식아동급식예산마저 삭감해버리기도 했다. 급식예산에 웬수진 건지, 만만한 게 우리들 급식예산인지…. 초등학교 때부터 급식지원을 받아왔던 나로서는 한층 더 암울하게 다가오는 소식들이다. 아마 급식비 지원을 받지 못했더라면 막말로 드라마에 나오는 불쌍한 어린아이처럼 급식비를 내지 못해 밥을 먹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쩔 줄 몰라 했겠지. 무상급식이 되어서 지원 받는 사람, 돈 내고 먹는 사람의 구별이 없어진다면 더욱 좋고. 돈이 없어 밥을 먹지 못하는 현실이 개인의 삶에서 얼마나 수치심이 느껴지는지, 막상 예산을 깎은 의원들은 알랑가 모르겠다.

급식만이 문제가 아니다. 이 추운 겨울날 천장에 떡하니 붙어있는 히터 없이 달달달 소리 나고 허름하기 짝이 없는 히터들만이 넓지도 않은 교실을 커버한다. 교실을 데우는 건 차라리 학생들의 온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래서 이동수업 시간만 되면 교실 밖으로 나가기가 싫어 한참을 투덜댄다. 내가 왜 교실을 옮겨가며 수업을 들어야 하나? 성적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교실과 친구들이랑 멀리 떨어진 낯선 교실에서 영어, 수학, 국어 등 기초수업을 받아야 한다. 한참 신종플루가 극성을 부려 너도나도 휴교를 하던 작년 겨울, 우리 학교는 내가 이동해서 수업 받는 교실이 신종플루 의심환자 격리시켜놓는 임시교실이 되어있었다. 부족한 교실 때문이란다. 이게 얼마나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경우일까. 그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자니, 이거 참 찝찝하고 기분이 나쁘다. 신종플루에 걸린 학생이 머물다 갔다면 분명히 옮을 수 있는 위험성이 있는데 우리는 뭐 옮아도 된다는 건가.

썰을 풀자면 끝이 없다. 화장실이라도 가려고 하면 (학교에 있는 시간에 보통 1~2번은 가게 된다는;) 휴지를 심지어 내 돈으로 사서 써야 하고 손 씻기 철저히 하자는 문구에 손이라도 씻으려고 하면 차디찬 물이 손을 꽝꽝 얼게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래서 손이라도 씻겠나? 적어도 학교 화장실에 휴지와 온수는 절실하다. 여/남 구분된 탈의실 같은 것도 당근 있어야 하는데, 탈의실 갖춰진 학교는 주변에서 본 적이 거의 없다.

기다리던 급식시간이 오면 좁은 급식실 덕에 3학년>2학년>1학년 순으로 밥먹을 차례를 기다린다. 학년 차별, 나이 차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분쟁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 급식실 시설이 좁은 데서부터 원인을 찾아야 한다. 그렇게 오래 기다린 밥이 맛있고 질 좋다면 참 좋을 텐데, 항상 정말 2500원의 식단이 맞을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이러니까 밥을 먹고도 매점에 가서 빵을 사먹거나 햄이나 불량닭강정을 사먹게 되는 이유 중 하나 아닐까? 학생들이 제조과정부터 문제가 있는 불량식품을 먹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설레발치지 말고 급식이나 제대로 하시길 바란다(원츄).

대부분의 동아리 활동을 하는 학생들은 점심시간, 쉬는 시간에 방과후 동아리방을 찾게 된다. 나는 연극반에 들었었는데 선배님들의 위계질서에 눌려 때려치고 나왔다. 그런데 거기에는 연극 소품으로 좁아서 미어터지고 더울 땐 지대로 덥고 추울 땐 작살나게 오한이 드는 동아리방도 한몫을 했다지. 동아리방의 전설을 잠깐 이야기 해보자면 원래는 이렇게 안 작았다고 한다. 3~4배 넓어서 연습공간도 있었는데 윗윗기수의 선배들이 고스톱 치다가 걸려서 경고를 먹고, 다시 한 번 걸려서 다음해에 연극부 동아리방이 이토록 왜소해진 이유라고 한다. 치사하다 치사해. 동아리실 뿐 아니라 동아리나 학생회에 지원되는 예산 자체가 턱없이 부족하거나 투명하지 못하다.

부족한 교육예산의 문제를 학생들은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2008년 촛불집회에서 발언하던 여학생이 생각난다. “맨날 공부만 하라고 하지 말고 정말로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세요.” 라고 외치던-. 강압적으로 공부를 하도록 시키는 것 자체에서부터 문제이긴 하지만, 공부할 환경이 안 되는데 공부하도록 강제로 시키는 건 더 큰 무개념이다. 야자를 하는 청소년은 학교에서 평균 14시간~15시간을 지내야 하는데, 이러한 학교의 시설들이 열악해서야 어디 생활할 맘이 나겠나.

복지․교육예산을 늘려야 한다. 교실도 많이 만들어 교실당 학생수를 적게 하고 교사도 많이 뽑아야 한다. 도서관에 책도 많이 많이 들여오고 동아리에 학교예산을 팍팍 지원해줌으로써 학교에서 여러 재미를 찾게 되면 좋겠다. 축제나 체육대회 예산도 부족하지 않게 해야 한다. 차상위계층,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에서 약자의 위치에 놓여있는 학생들을 위한 지원도 늘어나야 하지 더 이상 줄어들면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예산 편성에 청소년들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국회에서의 예산안 논의는 물론이고 지자체, 학교에서의 예산 편성과 집행까지 청소년들을 ‘미성숙’하다며 배제하고 있다. 예산이야말로 사회 운영, 학교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인데도 말이다. 예산 집행에서 투명하고 민주적인 운영은 당연히 되어야 할 것이고.

 올해 예산안도 불안불안하다. 각종 복지 예산들이 늘지는 않고, 또 무상급식 지원 예산 편성을 거부했다고 한다. 오승희가 ‘빈약한 자본’을 표방하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복지와 교육의 예산도 빈약해지길 바라는 것은 아니다. 빈약한 자본은 오승희로도 이미 충분히 슬프지 않나? 요즘 유행하는 4삽 드립으로 마무리 짓겠다. 4대강에 삽질할 예산, 진심으로 교육․복지 같은 데 써야 하지 않을까?

Posted by 오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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