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나에게 해준 게 뭐가 있냐!” 이미 한물 간 유행어이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듣고 공감했다. 따져보면, 국가가 나에게 해준 건 이것저것 있을 것이다. 건강보험이라거나, 치안유지라거나, 초등학교 교육비라거나… 그런 게 원래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니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국가가 나에게 해준 게 뭐가 있냐!”라는 말이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느끼지 않는다. 국가가, ‘충분히’ 해주지 못하고 있어서일까.

국가가 사람들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해주는 것, 그건 바로 ‘복지’일 것이다. 특히 복지는 다수의 국민들, 이른바 ‘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복지예산’을 살펴보려고 한다. 국가가 무엇을 얼마나 잘 해주고 있나 따지기 위해 먼저 봐야할 게 바로 돈, 예산이니까, 복지예산을 봐야 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아무리 TV에 나와서 복지가 어쩌고 서민이 어쩌고 떠들고 국밥과 오뎅을 먹어도, 돈을 책정 안 하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일단 한국이 사람들에게 ‘아주’ 못해주는 나라는 아니라는 것은 짚고 넘어가야겠다. 이제 뭐 경제규모가 세계 10위니 12위니 하고 있는 나라의 정부가, 좀 부족하거나 못한다 싶은 부분이 있더라도, 사람들에게 아주 못해주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지면 레알 난감한 일이다.(그런데 이 글을 쓰면서 살펴보다보니 그런 난감한 일도 있는 것 같다. -_-) 그러므로 한국 상황을 해주고 싶어도 돈도 없고 힘도 없어서 못해주는 나라랑 비교하는 건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무상급식, 무상교육을 해야 합니다.”

“북한처럼 사람들이 굶어죽거나 아이티처럼 폭삭 무너진 것도 아닌데 뭘 그래?”

이런 말에 무슨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어이구, 그런 데들보다 나아서 참 좋으시겠어요;”라고 해줘야 하나?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다.

 

글로벌 스탠다드로 얼만큼?

 

그래서 어디 한 번 OECD에 가입한 국가들 중에 한국의 복지 예산 규모를 비교해봤다. 그런데 말이 복지 예산이지 복지 예산이라는 게 계산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이고 영 계산 방법이 이상한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정부는 집 사라고 돈 빌려주는 것도 복지 예산으로 계산하는가 하면, 청소년 분야에서는 무슨 국립청소년우주체험센터 만드는 돈이니 국립청소년환경센터 만드는 돈이니 하는 것들이 복지 예산으로 포함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여러분에게 사회복지총지출이 어쩌구 공공복지지출이 어쩌구 보건복지부 예산이 어쩌구 프로그램 예산제가 어쩌구 하는 건 독자 분들의 인내심을 길러주는 것 외에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래도 궁금한 분들은 레디앙에 연재된 “국가재정 들여다보기” 시리즈라도 보시라.)

 여하간 복잡한 설명은 다 건너뛰고, 한국의 OECD 기준 정부지출 공공복지금액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이건 정부가 사회복지에 얼마나 돈을 지출하는지를 계산한 것이다. 가장 최근에 공개된 자료는 2005년 것인데, 한국은 대략 GDP(국민총생산)의 6.9%이다. OECD 공식 집계는 아니고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계산으로 2008년은 GDP의 8.3%라고 한다. 2010년 자료 등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략 8~9% 정도일 것으로 예상된다. OECD 평균 20.6%에 비교하면 무척 낮은 비율이다. 2005년 자료만 보면, 스웨덴이나 프랑스는 29% 대이고 미국도 15.9%, 일본은 18.6%에 달한다. 

이처럼 한국은 국가가 복지에 돈 쓰는 데에 있어 OECD 국가들 중 꼴찌를 다투는 나라다. G20을 어느 나라에서 개최하는지, 김연아가 금메달을 땄는지 걱정할 때가 아니다.

 

복지 중에서 의료든 주거든 뭐든 청소년들이 영향을 안 받는 분야가 없겠지만, 일단 교육분야를 좀 더 살펴보자. OECD 나라들 중 한국은 공교육비 중 정부부담이 낮고 학부모 부담이 크다. 2008년 자료로 공교육비 지출이 GDP의 7.0%인데, 이 중 2.8%는 민간 부담, 그러니까 정부가 돈 내는 게 아니라 학부모 등이 돈을 내는 것이다. 참고로 OECD 평균은 0.9%다. 반면 공교육비를 정부가 부담하는 건 4.2%. OECD 평균인 4.8%보다 적다.

쉽게 말해 정부는 교육에 돈을 적게 내고 민간에서는 돈을 많이 내는 것이다. 이건 사교육비 등은 계산도 안 한, 공교육에 들어가는 돈만 계산한 수치다. 더군다나 이 수치를 학생 1인당 공부담 공교육비, 그러니까 학생 1명에게 평균적으로 정부가 돈을 얼마나 쓰냐 하는식으로 환산해보면 이 역시 OECD 국가들 중 꼴찌에서 4~5등을 다투는 수준이 되어버린다. 학교의 문제는 이런 돈 문제에서부터 드러난다. 학급당 학생 수는 많고, 교사는 부족하고, 학교 시설도 열악하다.

 청소년 관련 예산도 빈약하긴 마찬가지다. 예컨대 2004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아동복지비 지출은 1인당 40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나라들이랑 아예 자릿수가 다르다. 그 이후로 급식사업 등 예산이 추가로 편성되었다지만 열악한 건 여전하다. 보건복지부 예산이나 복지 예산에서도 청소년, 아동 관련 예산은 전체 사회복지예산에서 1%도 안 된다 어리다고 무시하는 걸까? 청소년 예산은 제대로 된 고려 대상도 되지 못하고 있다.

스웨덴

프랑스

독일

영국

미국

한국

3,961

2,162

1,707

913

297

40

누구를 위해 돈을 깎나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이런 예산마저 깎여나가는 추세다. 2009년에는 노골적으로 빈곤층 지원 예산을 2000억원씩 삭감하기도 했다. 2010년 예산안에서는 안 그래도 부족한 교육예산을 줄였다. 2011년 예산에선 교육 예산을 늘린다고 하지만, 그동안 정부에서 세금 줄여준다고 하면서 계속 깎아왔던 지방교육교부금이 좀 늘어난 것을 빼면, 사실 늘어나는 걸로 볼 수 없다. 청소년 예산도 2009년에 많은 부분이 삭감되었는데, 깎인 건 주로 청소년참여․인권증진, 청소년성보호정책지원, 청소년폭력및가출예방 등이다. 그 덕에 가출 청소년들을 위한 쉼터가 문 닫는 일 등도 있었다. 결식아동에 대한 급식예산을 비롯하여 여러 예산 등이 깎여나간 건 이미 유명한 이야기다.

2011년 예산을 보면 4대강 사업에는 5조원을 들이붓는 한편, 복지 분야 예산의 증가율은 사상 최저이다. 늘었으면 되는 거 아니냐 할지도 모르지만, 복지 분야 예산은 물가 상승이나 인구 변화 등으로 가만히 냅둬도 늘려야 하는 게 있고, 한국 복지정책이 부실해서 계속 늘려야 하는 게 많다. 그런 걸 생각하면 오히려 줄은 셈이다. 사실 감세정책으로 돈 있는 사람들, 기업들에게서 걷는 세금을 줄였으니 예산을 늘리는 건 무리인 게 당연지사요, 그래놓고 복지 예산을 깎거나 동결하는 식으로 버티고 있으니, 정부가 누구를 위해 돈을 쓰는지 참 알기 쉽지 않은가?

 

그게 바로 우리 돈

 

여기까지 숫자들이 난무하는 글 읽으시느라 수고하셨다. 하지만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다. 세금도 우리 돈, 예산도 우리 돈이니까 우리를 위해 쓰도록 하자는 것이다. 예산을 강 삽질에나 쓰고 우리가 당연히 받아야 할 만큼 안 주는 것은 인권침해요, 우리 돈을 훔쳐가는 짓이다. 청소년 예산이 이렇게 홀대받고, 교육예산도 이렇게 부족한 것도 문제가 많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그냥 알아서 우리에게 해주겠거니 하지 말고 스스로 돈 쓰는 주인이 되어 참여해야 한다.

공간 부족 자료 부족으로 여기선 주로 국가 차원의 예산만 다뤘지만, 사실 학교 예산 같은 것부터 얘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교 예산 편성에 학생회가 한 마디도 못하는 게 현실 아닌가? 정부에서 청소년 예산 편성할 때 청소년들이 한 마디도 못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국가가 청소년들에게 해준 게 대체 뭐냐, 묻기 전에 국가가 청소년들에게 뭘 해주도록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해보자. 국가가 청소년들에게 뭘 해주도록 하기 위해 우리는 뭘 할지 생각해보자. 우리가 주인이 되기 위해서.

 

Posted by 오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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