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쟝네 어머니는 프랑스에서 교사였습니다. 한국에 와서 직업이 없었던 그녀는 한국에서도 교사로 일할 수 있을지 알고 싶었죠.(일단 그녀는 원어민 교사로 채용될 가능성이 높은 백인이니까요.) 그런데 웬일? 뉴스에서 교사들이 대량으로 해직되었다는 보도가 흘러나옵니다. 이 나라는 교사도 철밥통이 아니었구나 ㅎㄷㄷ...


쟝네 어머니는 해직된 교사들이 일제고사에 반대했다는 것, 현재 교육 상황에 대해 시국선언을 하거나 일부 교사들은 어떤 정당에 후원금을 내는 등 정치적 입장을 밝혔다는 것을 이유로 짤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활동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가입되어 있었다는 걸 알고, ‘전교조’의 투쟁현장을 찾았습니다. 그 곳에서는 전교조 교사들은 스티로폼과 돗자리를 깔고(!) 피켓과 현수막을 걸어놓고 농성 중이었습니다.

좀 뻘쭘뻘쭘하게 서성이던 쟝네 어머니에게 스티로폼에 앉아있던, 교사인 듯한 여성이 어색하게 영어로 말을 걸어왔습니다. 쟝네 어머니의 유창한 한국어에 놀라는 것 같았지만 곧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쟝네 어머니는 그 교사와 같이 점심을 먹으며 이것저것 궁금한 걸 물어보았습니다.


전교조 교사(이하 교사) : 뭐 먹을래요? 모처럼 한국 살게 됐는데 한정식 먹어봐요.

쟝네 어머니(이하 쟝맘) : 좋지요. (‘얼마나 하지? 지금 얼마 있으려나...’)

교사 : 여기 맛있어요. 신발 벗고 들어오는 거예요. 저기 신발장에 넣고..

쟝맘 : (잠깐 식당을 두리번거리다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이 커다랗게 보도 됐던데, 일제고사는 뭐예요? 교사들이 이렇게 대량으로 해직당할 만한 거면, 꽤나 중요한 건가보죠? 선생님도 해직 교사세요?

교사 : 저는 해직 교사는 아니구요. 운 좋게 안 짤렸어요. 동료 조합원들한테 연대하는 차원에서 농성장 지키고 있는 거죠. 일제고사는 총칭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헥헥) 라고 해서 전국 같은 학년 학생들이 같은 시간에 같은 문제로 시험을 보는 거예요. 그런데 그걸로 지역별, 학교별로 등수를 낸단 말이죠. 그러면 자연히 잘 사는 동네 못 사는 동네 이렇게 확 보일 거 아니에요? 그러면 학교에서는 그 성적 나쁘게 나오면 안 된다고 애들을 잡는 거죠.

일제고사 칠 때 자기가 담임하는 반 애들한테 시험 볼 건지 안 볼 건지 물어보고 체험학습 안내하는 가정통신문을 돌린 게 문제가 돼서 13분이 해직되셨구요. 그 외에도 교사들이 시국선언 한 거랑, 정당에 정치후원금 낸 것 때문에도 많이 해직되셨어요. 뭐 시킬까요? 여기 김치찌개 맛있는데. 매운 거 잘 못 드시면 순두부도 괜찮고.

 

쟝맘 :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그런 이유로 짤릴 수 있다구요?

교사 : 교사 하면 안정된 직업 같아 보이는데, 사실 뭘 하려고해도 힘들고,, 교원은 공무원이라 단체행동 단체 교섭 같은 조건도 까다로워요. 합법적으로 노동조합으로 인정받은 것도 20년정도밖에 안 됐어요. 여기 주문이요. 순두부 두 개요~ 아 소주도 하나 주세요.

쟝맘 : 그러면 교직원은 원래 노동조합을 만들지 못했다는 건가요? 그리고 뭐 정당에 후원금을 냈다고 짤렸단 얘기도 있던데, 그것도 금지인가요?

 

교사 : 예. 법에 교원은 정치활동을 할 수 없도록 돼 있거든요.

쟝맘 : 세상에, 정말 이상하군요. 사람의 정치성향을 교사라는 이유로 막는다니… 제가 보고 온 언론보도가 전교조에 대해 그리 우호적이지는 않던데, 힘들지 않나요? 학생들이 안 좋게 본다거나…

교사 : 신문에서 까는 게 뭐 어디 하루이틀인가. 이젠 익숙해서 뭐 별로요. ㅎㅎ 네팔에서는 교사들이 파업하고 임금인상하라고 요구하고 한다던데… 전교조는 파업권도 없는데 뭘 그렇게 호들갑을 떠는 건지.

학생들한테는… 아무래도 좀 영향 있긴 하겠죠? 근데 요즘 학생들 전교조 있는 줄도 잘 몰라요. 그게 더 슬픈 일인가. 대체로 노동조합 자체에 대해 무개념하죠;; 전교조 좀 안다는 애들도, 노조라고 생각은 잘 안 하는 거 같아요. 좌파 교육단체, 뭐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경우는 있어도... 노동조합에 대해 잘 가르치지도 않으니까요. 프랑스에선 교사들이랑 학생들이랑 같이 연대해서 파업하고 그러던데. 참 똑똑한 거 같아요.

쟝맘 : 프랑스에서는 노동권에 관해서 비중 있게 가르치거든요. 그건 그렇고 파업이 안 된다구요? 프랑스도 노동 이런 거 싫어하는 정권이 들어서 있지만 교사들이 파업하는 걸 막을 수는 없는데… 한국에서는 교직원들이 노조를 결성해도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군요. 사람들은 전교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교사 : 글쎄요. 다들 잘 몰라요. 저도 옛날엔 전교조의 존재 자체를 몰랐어요. 교사가 되어서 가입하고 나서야 전교조가 어떤 데인지 좀 알았죠 뭐. 요즘 학생들, 애들도 많이 모르지 않을까요?

쟝맘 : 그럼 어떻게 전교조를 가입하시게 된 거예요? 궁금하네요.

교사 : 학교에서 교장이랑 싸우다가? (웃음) 제가 교사가 되고서 2년차 때에 완전 악덕 교장이 걸린 거예요. 그래서 우리 반 애들이랑 1박 2일 방학 때 야영을 가기로 했는데 그걸 못 가게 계속 막았어요. 너무 불합리하잖아요. 그래서 애들이랑 같이 편먹고 막 교장이랑 싸웠죠. 그때 애들이 막 교장실 앞에 모여서 교장한테 면담 요구하고 했죠. 내가 어떻게 하자고 한 것도 아닌데…. 그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 때 그 싸움 도와준 선배 교사들이 전교조 조합원들이었어요. 그래서 그 선배들이랑 친해져서 전교조에 가입하게 됐죠.

쟝맘 : 전교조에 가입하고 나서는 좀 어때요?

 

 교사 : 일단 저 자신이 바뀐 게 많아요. 그 전엔 완전히 입시형 인간? 모범생... 공부밖에 모르고 공부 잘하는 게 최고인 줄 아는 그런 애였어요. 너무 찌질했달까.

그렇게 살아온 길을, 전교조에 가입하고나서, 전교조 교사들이 잘못 살아왔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했어요. 1등 학생 만들려고 하지 않고 관계의 중요성을 알고 소중함을 아는 학생들이랑 놀기 시작했어요. 그랬더니 그 이후부터는 학교 생활, 교사 일 하는 게 너무 재미있었어요. 사무적이지 않은 교사가 돼야지… 그렇게 생각했는데. 교장이 계속 태클을 거는 거예요. 그렇게 교장이랑 싸웠죠, 많이.

쟝맘 : 주위의 다른 전교조 조합원 분들은 학생들이랑 어때요?

교사 : 옛날엔 나처럼 애들이랑 친하고, 같이 뭐하고 했다고 하는데, 요즘은 전교조 교사의 차별성이 점점 사라져가는 거 같아요. 그래서 전교조 선생님들도 욕 먹는 사람도 있죠. 우리 사회가 그렇지만, 교사들도 보면 노동의 개념이 좀 잘못 잡혀 있는 거 같아요. (술이 들어가며 슬슬 취하기 시작했다.)

쟝맘 : 많이 힘드시겠어요.

교사 : 예, 사실 학교 안에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요. 전교조라고 해도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그런 무력감… 열심히 일하고 조합 분회 활동 지회 활동 이런 거 하고 연가 내고 집회 나가고 아무리 해도… 그게 제일 힘든 거 같아요

쟝맘 : 전교조에서 활동해서 교육 정책 같은 걸 바꾸거나 막은 게 없나요?

교사 : 음, 교사들 줄세우는 교원평가제라거나, 학교에서 교장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학교자율화라거나… 그런 거 반대해도 요새는 그냥 막 밀어붙여서 하더라구요. 젠장할 이명박 정부. 그럴 때면 전교조 하기 힘들다. 그런 느낌? 지금 학교에서는 전교조를 한다는 게 불이익을 감수하고 해야 하는 거 같아요. 옛날에 비합법노조 시절 같은… 학교에서 교사로서 살아남는다는 게 굴욕의 연속이에요, 진짜. 학교에서 아무리 깨작깨작해도 학벌 문제, 입시 문제, 그리고 사회에서는 노동자 경시, 직업 차별… 이런 것들 자체가 학교 교육에 미치는 힘이 너무 커요. 사회 양극화 같은 게 학교에서 피부로 느껴져요. 그래서 무력감을 느끼게 되는 거 같아요.

쟝맘 : 원래 학교가 계급 투쟁의 최전선이죠.

교사 : 그뿐 아니에요. 학생들과도 쉽지 않아요. 세대가 달라졌다는 걸 느껴요. 요즘 학생들을 보면, 이기주의, 개별화 그런 경향이 강해진 게 눈에 보여요. 돈이면 다 된다, 돈이 최고다 이런 가치관이 굉장히 노골적으로 드러나는데, 이런 걸 다 지금의 사회가 그렇게 주입하고 있어서 그런 거죠.

쟝맘 : 프랑스에서도 교육에 문제가 많다 어쩐다 하지만 한국에 댈 게 아닌 것 같네요. 교사들이 문제의식이 많겠어요.

교사 : 어휴 그렇지도 않아요… 전교조 조직률도 높지 않고… 참 이럴 때일수록 교육 문제에 주체적으로 수 있는 교사가 돼야 할 거 같아요. 전교조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학생들도 그렇게 주체적으로 될 수 있어야 하구요. 요즘 보면 최근에 교사가 된, 젊은 사람들이 애들 잡고 공부시키고 일류 만들려고 하고 하는 게 더 심해요.

쟝네 어머니는 더치페이인 줄 알고 돈을 꺼냈다가 전교조 교사가 공금 처리 할 테니 내지 말라고, 정 미안하면 다음에 한 번 얻어먹겠다는 만류에 한국의 복잡미묘한 계산 체계에 대해서 깨달았습니다. 쟝네 어머니는 ‘이 나라에서 교사를 하면 내가 제정신으로 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며 먹은 게 개운하게 내려가지 않는 기분으로 집에 돌아갔습니다.


 < 교원노동조합 조합원 >

노동부가 2010년에 발표한 2009년 노동조합에 관한 통계를 보면, 전국에서 교원노동조합 조합원의 수는 8만1천여명, 전체 교사들의 20.6%이다. 한국에서는 1987년에 최초로 등장한 “교원노동조합 조합원”이라는 직업은, 세계적으로는 보편적인 직업이지만 유독 한국에서만 비합법적 직업으로 분류되어왔다. 합법화된 1999년 이후 꾸준히 이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다가 2007년 이후 감소하는 추세이다.

교사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적지 않다. 그러나 교사 중에서도 교원노동조합 조합원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교원노동조합원들은 교사들과 비슷한 일을 하지만 보통 교사들과는 조금 다르다. 노동조합 성격에 따라 다른데, 어떤 조합의 조합원들은 해고 위험이 조금 더 높을 때도 있고 일부 언론에 의해 무슨 악마처럼 묘사되기도 한다. 실제 교원노동조합 조합원이 된다는 건 어떤 건지, 최초 최대의 교원노동조합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조합원을 만나서 나눈 이야기를 재구성해보았다. 

Posted by 오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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