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7일, 경기도학생인권조례가 경기도의회에서 최종 통과되었습니다. 9월 7일, 경기도교육상임위에 이어 드디어 통과된 것입니다. 경기도학생인권조례의 통과는 너무나 오랫동안 방치되어왔던 학생인권의 열악한 현실을, 지금도 학교 안팎에서 고스란히 그 무거운 짐을 떠안고 있을 학생들에게, 가뭄 끝에 단비 같은 소식임에 분명합니다.

누구에게나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는 ‘인권’이 우리 사회의 학생들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것’, ‘아직 참고 기다려야 하는 것’일 뿐이었습니다. 이제는 한글문서에서 ‘두발규제’나 ‘강제야자’, ‘소지품검사’ 같은 말들이 ‘틀렸다’고 빨간 줄도 안 그어지는 현실(...)입니다. 입시만을 위한 공부에 0교시, 강제야자, 학원 뺑뺑이까지 쉴 틈이 없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학생들이 성적을 비관하여 자살했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교문을 들어서기 전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디 규정에 어긋난 데는 없나’ 자신을 검열하며, 머리끈 모양부터 양말색깔까지 신경 써야 할 지경입니다. 학생이 학교의 주인이라는 명제는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그러나 인권은 어떤 이유로든 유보되어서도 안 되고, ‘미래의 것’이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이 학생인권조례가 필요한 분명한 이유인 것입니다. 그리하여 경기도 학생인권조례의 통과 소식은 안습적인 현실에서 든든한 힘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얼마 전, 초중등 교육법의 내용을 바꾸겠다는 소문이 들려왔습니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는 ‘학교 교육력 강화와 학생 권리 신장 방안 마련을 위한 협의회’를 구성하여, 신장방안 중 하나로 지난 달 열린 교육개발원의 토론회에서 강인수 수원대 부총장이 제안했던 안을 바탕으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학생인권침해사건이 터졌을 때 침묵해오던 정부가 학생인권을 신장하기 위해 직접 나섰다는 점은 환영받을 일임에 분명합니다. 그런데 이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학생인권조례를 무력화시키는 법안‘이라는 이야기와 함께 이 개정안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교과부가 준비하고 있는 개정안의 문제점을 찬찬히 뜯어보면 이러합니다. 개정안을 살펴보면 ‘학생의 권리 행사를 교육목적과 배치 되서는 안 된다’는 것과 ‘학교의 장이 교육활동을 보장하고 질서를 유지하며 타인의 권리를 보호위해 학칙을 통해 학생의 권리행사를 제한할 수 있다’라는 18조의5가 신설되었는데요. 이는 ‘교육목적’이라는 모호한 기준으로 학생의 인권을 광범위하게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또한 학칙제정권한을 교장에게 부여함으로써 ‘학생인권을 거부할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보장, 학교 내의 지금도 무지막지하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교장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질서유지, 교육활동 보장은 그동안 학생인권을 침해해온 학교 측의 주된 논리였는데 이를 법적으로 허용한다는 것은 굉장히 우려스러운 일입니다.

그리고 다음으로 체벌과 관련 개정안을 살펴보면, 체벌을 전면금지(1안) 하거나 혹은 신체나 도구를 이용한 체벌을 금지하고 간접체벌을 허용하는(2안) 시행령 31조의5의 두 가지 안이 있는데요. 만약 1안으로 결정된다면 다행스러운 일이겠지만, 2안으로 결정될 경우, 그동안 지역에서의 행정지도, 조례를 통한 전면적 체벌금지 조치를 무효화 시키게 되는 것이 되어버립니다. 이 뿐 아니라 개정안에는, 학생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학생징계가 신설되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시행령 31조의 개정을 통해 출석정지(정학)와 징계전학을 가능하게 했고, 시행령 31조의5 개정을 통해 학업점수 감점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이 같은 징계들은 징계를 통하여 학생들이 나은 방향으로 향하게 하고, 잘못이나 실수에 대한 경험이 삶 속에 자연스럽게 새겨지게 하기보다는 그저 ‘방치’와 ‘배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학습권이 박탈될 수도 있고, 진정한 교육적 목표와도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학업점수 감점의 경우 문제가 되고 있는 그린마일리제(상벌점제)와 함께 학생의 모든 행동에 광범위한 제한으로 악용될 소지가 많아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초중등교육법을 살펴보면, 여전히 학생을 교육의 한 구성원으로 보기보다는 대상으로만 판단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개정안은 시행령 9조의 개정을 통해 학칙을 정할 때 미리 학생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규칙을 만드는 과정에는 구성원이 함께 참여를 하고 자신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이지 단순히 의견수렴만 한다는 것은 이들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되기 어렵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는 여전히 학생을 교육을 함께 만들어갈 존재로 보기보다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없는 대상으로만 내버려두는 구시대적 시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안타깝기까지 합니다. 이처럼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학생의 권리를 신장하기는커녕 오히려 제약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는 말로만 떠돌았던 “학생의 인권은 보장되어야 한다”라는 당연한 명제에 힘을 보태줄 가장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입니다. 또한 학생인권은 어떠한 이유로도 유보되거나 미뤄질 수는 없는 것이라는 것도 너무나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학생인권보장을 위한 정부의 시도는 반가운 일입니다. 그러나 인권적으로 문제가 많은 이런 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은 오히려 이 반가운 시도에 먹칠을 하는 것이며 또한 오히려 마치 각 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를 무력화하기 위해 상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도를 의심하게 만들 뿐입니다.

 

교과부와 교육청은 사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학생의 인권을 진심으로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미 현재 대다수의 학생들은 교육청이나 교과부나, 믿지 않습니다. 정부가 학생들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생각은 아주 오래 전에 학교에서 터득한 거의 유일한 깨달음입니다. 그러나 이제라도 학생인권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진정으로 귀를 기울이고, 국가적 차원에서 어떻게 하면 ‘인권이 보장되는 학교’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지 고민하고 노력해나가야 할 때입니다. 학생인권조례에 관련하여 불필요한 흠집내기보다는 이 조례가 실질적으로 운영되는 데 있어 현장에서 필요한 제도적 지원 등의 생산적인 논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도와야 할 것입니다.

 

[ 난다 ]

Posted by 오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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