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후배"란 말을 
없애고 싶다

민영



중고등학교를 다니다보니 선생님들이 인사하라고 시키고 꼰대질 하는 것도 짜증나지만, 그에 버금가게 짜증나는 건 '선후배' 따지는 짓이다.

내가 외계인에게 납치를 당한 건지 어째서인지 10살 이전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초등학교 때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나이 한 살 학년 하나 따지고 깍듯이 인사하라고 요구하는 거. 처음 보는 사람이어도 선배가 후배한테 반말해대고 후배는 선배한테 존댓말 해야 되는 거. 급식소에서 밥 먹을 때도 선배가 앞에 서는 거. 심지어 선배들이 후배들 군기 잡는다고 동아리에서 패고 기합주고 그러는 거…

나이주의 쩌는 한국의 문화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 중 하나가 이런 선후배 권력관계 아닐까. 오빠 형 언니 누나 선생님 등등 나이에 따른 상하관계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그 언어 습관도 그렇고 말이다. (외국 영화 같은 걸 보면 유럽 같은 데서는 교사들도 그냥 이름으로 부르던데, 참…)

존댓말을 쓰냐 반말을 쓰냐 하는 건 서로 얼마나 가깝고 친하냐를 나타내는 게 되어야 하지, 그게 권력관계를 나타내는 게 되는 건 참 고약한 일인 것 같다. 더군다나 나이가 많다거나 학교를 일찍 들어왔다는 게 어째서 '윗사람' 대접 받을 이유가 되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불합리한 문화다. 어른들의 꼰대짓을 싫어하는 학생들도 '후배'들이 꼬박꼬박 존댓말 해주길 바라고 '선배대접' 해주길 바라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참 모순된 행동이다.

사실 '선배', '후배'란 말은 말 자체를 뜯어보면 단지 학교를 먼저 들어왔다 나중에 들어왔다, 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다. 그러니 나이에 따른 상하관계를 나타내는 "오빠 언니 형 누나" 같은 것보다는 더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우리 언어생활 속에서 '선배', '후배'라는 말은 충분히 권위주의적이고 권력관계스러운 단어가 돼버렸다. 그러니까 '선배', '후배'라는 말을 없앨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선배니 후배니 하는 구분 없이 그냥 사람 대 사람이나 같은 학교의 같은 학생으로 만날 수는 없는 걸까, 젠장할.


Posted by 오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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