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새내기, 대학에 들어와서 더 꿈을 찾지 못하다

 

‘대학에 들어오기 전에 가졌던 환상이 들어온 이후 깨졌다, 실망이야.’ 이런 거 요새 너무 흔한 레퍼토리 아닌가? 오답 중의 정답 같은 느낌이다. 나는 저 말에 별로 동감할 수가 없다. 애초에 대학에 대해 어떤 기대를 가진 적이 없었다. 대학에 가고 싶은 특별한 이유도 없었다. 입학사정관제를 준비하면서 무수히 많은 자기소개서에 왜 내가 이 학교에 가야하고, 나의 원대한 꿈은 무엇인지에 대해 나불거렸지만 사실 초등학교 졸업하면 중학교 가듯, 대학은 고등학교 다음의 당연한 절차였을 뿐이다. 내 주변 사람들도 글쎄, 누구도 대학에 대한 아름다운 환상을 가지진 않았던 것 같다. ‘대학에 들어가면 애인이 생길 줄 알았는데’ 정도를 뺀다면.

고등학교 다니면서 대학 문제에 대해서 정말 많이 들었다. 친구들이랑 토론도 했다. 요즘 대학이 이렇데. 등록금만 더럽게 비싸고 가르치는 것도 없고, 학점 경쟁에 목을 매야 한데. 대학 잘 들어간 선배님들도 가끔 학교에 와서 이렇게 이야기 해 주었다.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다. 시험 기간 때마다 밤을 새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좋은 건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건데, 술도 억지로 너무 먹인다. 나와 내 친구들은, 그래도 대학에 가면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서 똑같은 문제를 풀고 또 풀지는 않아도 되겠지, 정도의 막연한 기대를 가졌었다. 그리고 대학을 위해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서 똑같은 문제를 풀고 또 풀었다.

계속 반복해서 말하지만 그러니까, 대학에 대해 별 생각을 가진 적은 없었다. ‘더 폭넓은 학문, 자유로운 사고, 즐거운 대학 문화’와 같은 판에 박힌 수식어들을 알고 있긴 했지만, 그건 너무 ‘이상’ 같았다. 고등학교보다야 나을 거라는 생각 정도면 충분했다. 어른들이 기대하는 으리으리한 꿈같은 걸 가진 적이 없던 거다……. 그런데 -좀 웃어도 되나- 이렇게 심할 줄은 몰랐다.


잘 포장된 말은 역시나 뻥!

처음 그 대학 학생으로서 캠퍼스에 발 디디고 나서 눈에 들어왔던 것은 학교 안 넓은 잔디에 옹색하게 심어진 일년생 화초와 나무들이었다. 그리고 두 시간을 뒤져도 찾을 수 없는 저렴한 학생식당과 어딜 가나 잘 보이는 복합캠퍼스단지의 레스토랑의 괴리 역시. 한 달쯤 지나면 뽑고 다시 심는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학교가 참 돈 쓸 데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등록금에 비해 별 거 없다는 실망. 사실 이런 건 다른 것들에 비하면 지엽적인 문제이긴 했다.

내가 가장 끔찍하게 생각했던 건 대형 강의였다. 봄학기와 가을학기 때 들은 수업 중 단 하나도 고등학교 때보다 수강인원이 적지도, 하다못해 비슷하지도 않았다. 1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듣는 수업이 그 중 1/3을 차지했다. 180명의 학생들이 어두침침한 교실에 앉아 손바닥 두 개 정도 크기의 책상에서 똑같은 모양새로 필기를 했다. 표정도 잘 안 보이는 교수가 저 너머 있는 강단에서 넘기는 PPT 자료를 보고 있노라면 내가 도대체 여기서 왜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있나는 생각이, 하고 싶지 않아도 절로 들었다. 학점으로 환산되는 출결 점수 때문에 어떻게든 수업은 꼬박꼬박 들어갔지만, 그 시간은 대부분 트위터를 하는데 쓰여졌고 중 내 스마트폰 배터리는 정말 엄청난 속도로 닳았다.

별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자유로운 학습이나 하고 싶은 공부를 한다는 어른들의 잘 포장된 말은 역시나 뻥이었다. 고등학교 때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시험과 성적에 목을 맸다. 시간표를 짜는 사이트에는 각 과목과 교수별로 어떤 과목이 학점 따기가 쉬운지에 대한 정보교환으로 가득했다. 시험기간에는 자리가 없어서 사람들이 열람실 밖에서 발을 동동 굴리는 반면, 시험기간이 아닐 때는 열람실에 고시생 빼고 아무도 없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런 건 시험에 내지 않을 테니 묻지 말라는 교수들의 말이 귀를 때렸다. 학교 게시판에는 ‘어떻게 하면 교수님이 학점을 올려주실까요?’라는 질문이 줄을 이었다. 몇일자 수업에 아파서 못 들어갔는데 녹음 파일 주시면 ‘사례’하겠다는 쪽지들도.

어떤 사람들은 대학교에서 만난 사람들이 좋아서, 대학 분위기가 좋아서 다닌다고도 하던데 나랑은 영 동떨어진 이야기인 것 같다. 대학 안에서 내가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별로거나 깊게 친해질 여유조차 없었다. 학내 문화가 자유로운 것 역시 아니었다. 내가 들어간 동아리는 선후배 관계를 엄격하게 지키라고 요구했고, 갖은 존대법을 말하면서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고 면박을 줬다. 언니, 선배의 철저한 구분 때문에 휴대폰에 사람 이름을 저장 할 때는 몇 년 생인지 일일이 적어놓기도 했었다.


학문의 전당도, 친절한 기업도 못 되는 대학

뭐, 나를 투덜거리기만 하는 대학 부적응자로 생각해도 된다. 대학에 들어와서 진정으로 꿈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고, 많은 지식을 쌓을 수 있다고, 얻어가는 것이 많다고 말 하는 사람들도 꽤 있을 거다. 그렇지만 ‘그런 사람들이 많을까?’는 질문에 쉬이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을까? 대학은 뭐랄까, 기업의 형태를 하곤 학문의 전당이란 빛나는 이름을 빌려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불친절하게 자신들의 소비자인 학생들을 벗겨먹는다. 학문의 전당이란 목적에도, 친절한 기업이란 목적에도 부실했다. 학문의 전당치곤 강의는 너무 한정되어 있었고 엄청난 액수의 등록금을 받아먹는 기업치고는 학생들에게 너무도 낮은 질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좋은 학벌’이 중요하며 ‘대학을 가야만 한다’는 생각이 팽배하기에 대학이 점점 이상에서 멀어지는 것 아닐까. 그리고 그 팽배한 인식에 얽매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점점 시작부터 이상을 잃어가는 것 아닐까.

적으면서 계속 마음 한 구석이 찔렸다. 대학이 싫다고 투덜대면서, 꿈을 가질 수도 없었다고 한숨 쉬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대학에 다니고 있으므로. 대학이 줄 일종의 기득권에 기대어 대학을 나올 생각이나 바꿔볼 생각은 거의 하지 못하는 내가 이런 글을 써도 되나 싶어서. 그리고 온전히 내 개인의 이야기이기에 등록금과 생활비와 같은 경제적 측면에서의 허덕임이나, 뭘 정말 공부하고 싶어서 온 사람들의 경험이나 이야기는 배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뭐 여하간 글을 마무리 지어야 하니 그런 이러저러한 것들을 잠시 옆으로 밀쳐두겠다.

나는,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은 시작되기도 전에 매몰되어 버린 꿈을 언제쯤 찾을 수 있으려나.

Posted by 오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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