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고 습한 여름 공기가 가득하던 지난 8월 2일, 전주 신흥고등학교 정문에 누군가가 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아직 학생들의 등교 행렬이 시작되기 전이었지만, 그는 꼿꼿했다. 전주 신흥고는 1900년에 세워진 대표적인 기독교 종립 사학이다. 올해 초에는 신입생에게 개신교 프로그램 참여와 순종을 맹세하는 서약서를 제출하게 해 물의를 빚기도 했으며, 매주 예배 프로그램에 학생들을 강제로 참여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일인시위에 나선 아도니스 씨는 “종립사학이 아무리 종교 전파의 목적으로 설립됐다 해도, 공교육 시스템에 속해 있는 이상 초중등교육법, 유엔 인권협약 등에서 명시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수는 없는 거죠.”라고 말했다. 현재 전라북도에는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어 있지 않지만, 헌법 제20조에 종교의 자유가 명시되어 있으며, 초중등교육법 제18조 4항에서 헌법에 보장된 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며 이를 확인시켜주고 있다. 또한 2010년 4월에 대법원에서, 미션스쿨에서도 종교의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학생들은 그다지 반응이 없는데, 교사들은 상당히 민감해요.”

그는 여름방학 동안에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일인시위를 나온다고 했는데, 나올 때마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교사들이 있었다고 했다. 막말은 다반사였고, 심지어 폭행 위협을 받기도 했다고. 이 날도 어느 교사가 그에게 몇 마디 하는 모습이 포착됐지만, 막말 종류는 아니고 그냥 “여긴 차 돌리는 곳이다”라고 했단다. 아무래도 카메라 들고 주변을 어정거리는, 왠 기자 같기도 하고 백수 잉여 같기도 한 인간 눈치가 좀 보이긴 했던 모양이다. (라고 소설을 써보는 거죠, 우리가)

학생 몇 명에게 의견을 물었다. 정말 아도니스씨의 말대로 “별 생각 없는데요…….”하고 지나가는 학생도 있었고, 종교 행사가 강요되는 것도 아니고 굳이 종교 사학 앞에서 저럴(시위를 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학생도 있었다. 다른 학생에게 “어떤 학생은 종교 행사가 강요는 아니라고 하던데요”라고 하니까, 종교 행사는 수업 시간을 대체하는 것이고, 종교 수업 뿐 아니라 아침 예배고 있으며 선택권이 없다고 말했다.

한 교사는 “시위는 표현의 자유”라고 운을 뗀 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므로 그 책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는 고등학교는 선택할 수 있으니 큰 문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전주시의 고등학교 입학 방식은 사실상의 임의 배정 방식으로, 학생의 선택권이 거의 보장되지 않는다. 또한 설령 선택권이 보장된다 하더라도, 공교육의 영역 안에 들어가 있는 이상 종교의 자유가 침해되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반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고, 대법원의 판례 역시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아도니스 씨는 신흥고의 등교 시각이 오전 8시라고 했다. 8시를 코앞에 두었을 무렵, 뛰기 시작하는 학생들이 보였다. 이제 아도니스 씨도 자리를 뜰 때가 됐다.

 

“저도 학생 입장이니까, 방학 때만 나오는 거죠.”

 

그런데 왜 신흥고 학생들은 방학인데도 교복을 차려 입고 등교를 해야 하는 걸까?

 

Posted by 오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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