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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05 [3면] [개인연구]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by 오승희
 남들 다 공부하는 시간에 소설책을 읽는 예비 고3 학생을 보면서 "지금 이 시점에 소설책을 읽다니, 시간이 넉넉한가 보구나?"하며 "공부나 해라."의 투로 비꼬는 어른들 또는 친구들을 꽤 많이 볼 수 있다. 물론 시간이 넉넉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부를 잘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지만 난 책을 읽는 시간이 결코 헛되이 보낸 시간이 아님을 알고 있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는 그 사실을 내게 더 확고히 심어준 책이다.

 내가 이 책을 알게 되고 읽기로 마음먹게 된 계기도 참 독특하다.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이 한 분 계시는데, 어느 날 선생님이 이 책을 읽고 계신 것을 보고 ‘아, 나도 읽어봐야지.'하며 무작정 읽어야 할 책 목록에 끼워 넣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솔직히 읽기는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 시험이 끝나고 시간이 좀 넉넉해지며 결국 손에 쥐게 된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는 늘 시도하는 다이어트나 책 읽기 때, 정말 미루기 좋아하는 내게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게 해 준 책이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 중에서 베로니카의 자살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무료한 일상이 똑같이 반복되는 것이야말로 정말로 끔찍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슬로베니아는 혼란스러운 곳이다. 베로니카는 이런 국가의 전형적 국민일지도 모른다. 혼란스러운 나라를 변화시킬 수 없는 무력한 국민들 중에 베로니카가 특별해지는 것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이것을 일종의 용기라 정의하고 싶다.

 그러나 죽기로 결심한 베로니카는 자살에 실패하고, 죽음이 일주일이 남았다는 사실을 아는 일주일을 얻게 되었다. (물론 그녀의 일주일은 이고르 박사에 의해 꾸며진 거짓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베로니카는 그 일주일동안 삶과 죽음은 함께인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삶의 끝은 죽음이라고 생각하는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베로니카는 메시지를 남긴다. 삶은 죽음의 가능성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기에 그것은 일체인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베로니카가 이런 깨달음을 얻기까지는 에뒤아르라는 절대적인 사랑이 있었다. 그는 세상에서 탈피하기 위해서 정신병자라는 가면을 쓴다. 세상을 향한 일종의 탈선행위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에뒤아르는 사회로의 새로운 발걸음을 베로니카와 함께한다.

 만약 우리들에게 일주일의 시간이 남았다고 가정해보자. 우리는 베로니카처럼 깨달음을 얻어 사회로 새롭게 도약할 수 있을까. 역시 확신할 수 없다. "내일이 있잖아!"라고 마음속에 굳은 다짐을 하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이라는 질문은 우문 중에 우문이 될지도 모르겠다.

 베로니카가 삶과 죽음이 일체라는 것을 깨달았다면, 그녀의 깨달음을 우리는 다시 우리의 마음으로 흡수해야 할 것이다. "오늘 할 일은 오늘 끝내자."라는 귀에 익숙한 말들을 그저 흘려버릴 수 있는 귀에만 들려주지 말고, 미루기 좋아하는 게으른 마음에게 들려주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일 듯하다.

전주솔내고등학교 조유미
Posted by 오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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