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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05 [1면] [투덜리즘]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다 by 오승희
 작년의 일이다. 어느 고등학생이 교육청 홈페이지에 "우리 학교 급식의 질이 내는 돈에 비해 좀 후지다, 혹시 중간에서 누가 스리슬쩍 어찌저찌 한 것 아니냐."라는 요지의 글을 올렸다. 결과가 어떻게 됐을까? 급식이 개선되었을까? 천만에, 그 학생은 아주 ‘신속하게' 퇴학 처분을 받았다. 이유는? 근거 없는 비방으로 학교와 교장의 명예를 훼손했다나. 그런데 그 학생의 친구들은 이런 반응을 보였다.  "급식 진짜 해도 너무하던데……."

 학교 교칙에 이런 조항이 있다. "불온한 문서나 유언비어를 유포하면 이러이러한 징계를 받는다." 이런 조항은 웬만한 학교의 교칙에는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조항이고, 징계의 수위도 높은 편에 속한다. 아마도 학교 측은, 근거 없는 유언비어나 그런 내용을 담은 문서, 혹은 학생들의 정서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 아무런 제재 없이 유포될 경우에 학생들이 겪을 심리적 고통을 생각하면 너무도 가슴이 아파서 그런 조항을 넣어야 했다, 라는 주장을 할지도 모르지만, 그렇다면 무엇이 불온한 문서이고 무엇이 유언비어인지, 명확한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대체 무엇이 불온한 문서이고 무엇이 유언비어인가? 설마 "우리 급식 좀 후지네." 하는 글이 근거 없는 유언비어고 불온한 문서인가? 오, 이런.

 이것은 엄연한 언론통제고, 좀 더 강한 표현을 쓰자면 탄압이다. 전주 시내 모 학교의 이곳저곳에 붙어 있는, "검인" 도장이 찍힌 문서들이 그것을 반증한다. 즉, 학생들이 만든 문서 중에서 "검인" 도장을 받지 않고 교내에 게시한 것은 모두 불온한 문서이며, 불법이라는 것이다. "검인" 도장을 찍는 역할은 누가 하는가? 학교 측이다. 말하자면, 학교 측의 기분을 나쁘게 할 수 있는 것은 게시 허가가 날 리가 없고, 따라서 모조리 불법이라는 것이다. 그랬기 때문에 두발자유를 위해 뜻을 모으자는 내용의 글도 불법이었고, 그래서 학생부에서 글쓴이를 찾느라 혈안이 되었던 것이다. 어디 마빡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감히 건방지게 이런 글을 쓰고 있어?

 그렇지만 공교롭게도 이런 교칙은 ‘위헌'이다. 그냥 잘못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언론·출판·집회·결사 등의 자유"를 명시한 헌법 조항에 아주 철저하게 위배된다는 것이다.(제 21조 1항 모든 국민은 언론ㆍ출판의 자유와 집회ㆍ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1998년에 문화관광부에서 발표한 청소년 헌장에도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게 펼칠 권리"가 명시되어 있으며, UN 어린이·청소년 권리 조약에도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명시되어 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그 자체로 ‘불법'인 조항을 왜 우리가 지켜야 하는가? 우리는 헌법을 따르고 싶다.
개인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권리는 민주주의의 기본 전제에 해당한다. "검인" 도장이 찍힌 생각과 느낌, 의견만으로는 민주주의를 이룰 수 없다. 언제까지 마냥 ‘유신의 추억' 속에서 지낼 텐가.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다.
Posted by 오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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